홍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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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홍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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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청계천 공장에서 피는 꽃
공장에서 피는 꽃(연재)

고등학교를 3학년이 되자마자 한세상은 청계천 아저씨네 공장을 나왔다.

인사도 하지 않고 도망을 나온 거다. 어느 도둑놈이 돈을 훔쳐갔는데 아저씨는 세상이에게 뒤집어 씌우며, 야단치고 의심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처음에는 착한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 날이 갈수록 포악해지고 깡패처럼 굴었다.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고, 밥값과 교통비를 제하고, 방값을 내라고 하고, 힘든 일을 시켰다.

청소만 하면 된다고 하고, 작은 심부름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기계를 옮기고, 트럭에서 짐을 내리고, 옥상까지 짐을 들어 나르고, 일요일에도 밤 12시가 넘도록 세상이에게 일을 시켰다. 야간공고 다니라고 하더니, 일요일도 없고, 낮이나 밤이나 일을 시켰다.  그래서 학교도 자주 결석을 했다.

월급도 제날짜에 주는 적이 거의 없었다. 주다 말다, 금액도 수시로 달랐다. 많았다 적었다 했다. 아니, 정한 금액도 없으니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알 수 없었다. 돈 얘기를 하면 무조건 나가라고 했다. 학교를 다니다 말고 나갈 수 없어서, 그래도 학교는 졸업하고 싶어서 참았다. 야간학교라도 졸업하면 학교를 나오지 않은 것보다 낫겠다고 한세상은 믿었다. 이런 걸 아버지나 엄마에게는 다 말할 수 없었다.

세상이는 그냥 울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으로 숨어서 혼자 울었다. 바로 청계천 뒷골목 술집 화장실이었다. 혼자 울기엔 딱 맞는 곳이었다. 뭔가 썩는 냄새도 나고, 가끔 이상한 울음 소리도 들렸지만, 혼자 울기엔 이렇게 좋은 곳이 없었다.

어느 날, 세상이가 혼자 울고 있는데, 이상한 아줌마가 내려다 보면서 소리쳤다.

“총각, 여기서 뭐해? 아, 앞집 그 공장 총각이구먼”
“네,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나갈게요.”
“아니야. 그냥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잠깐 들어와 볼래?”

아줌마는 술집 가게로 한세상을 부르더니 막걸리 한 잔을 따라 주었다. 김치 두어 조각 있는 접시를 주면서 세상이에게 나무젓가락을 쥐어 주었다. 한숨에 들이킨 막걸리가 얼마나 맛있는지. 김치 한 조각을 집어 넣으니 꿀맛 같았다.

세상이는 한잔을 더 먹고 싶었다. 아줌마는 나이가 들었지만 화장을 너무 찐하게 해서 할머니인지, 아줌마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여자니까. 호기심을 갖고 아래 위를 살펴 보았다. 가슴과 엉덩이는 큰데 키는 작았다. 참 이렇게 못생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못생긴 여자가 어떻게 술장사를 하고 살지? 궁금했다.

“여보게 총각. 그 공장에서 힘든 일 하지 말고,
우리 술집에서 일할래? 월급 많이 줄게.”
“남자가 술집에서 할 일이 뭐가 있나요?”
“무슨 소리야? 세상을 잘 모르네.

여기 일하는 아줌마가 셋인데, 남자가 할 일이 있잖아. 내가 알려 줄게.”

(소설, "시간의 복수" 중에서, 홍석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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